영국이 낳은 최고의 유산, BURBERRY
-서경대학교 무대의상연구소-
Glorious Heritage, Burberry
클래식한 변화, 트렌치코트를 있게 한 브랜드 버버리의 패션 모멘트.
버버리의 창시자, 토마스 버버리는 원래 옷감을 팔던 포목상이었다.
당시 영국에 유통됐던 고무로 된 레인코트에 불편을 느꼈고
그러던 중 농부나 마부들이 입던 스목프록에 대해 알게 된다.
버버리를 설립한 후 스목프록을 여러 방면으로 개발하고 연구한 끝에 ‘개버딘’을 개발한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며 세탁에 수월하고 습기에 강했다.
비가 많이 오는 영국의 환경에 적합한 최고의 원단이 되었다.
“빗물이 나뭇잎 위에 이슬처럼 흘러 내린다”고 광고하며 개버딘의 획기적인 효능을 알렸다.
토마스가 만든 개버딘 레인코트는 실용성과 품질 덕에 탐험가와 등산가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최초로 남극에 도달한 로알 아문센 역시 버버리 코트를 입었다.
영원한 타임리스 아이템인 트렌치코트는 전쟁 중에 사랑을 꽃 피웠다.
트렌치는 적의 탄환으로부터 몸을 피하는 전장의 '참호'라는 말에서 유래되어 군복으로 만들어진 것.
새로운 장교복 트렌치코트가 탄생되었다.
트렌치코트는 1차 세계대전과 함께 유명세를 탔고 <뉴욕타임즈>가
코트의 판매고를 보도하는 이례적인 상황도 일어났다.
“영국이 낳은 것은 의회 민주주의와 스카치 위스키 그리고 버버리 코드다.”
버버리는 그야말로 영국의, 영국을 위한 영국에 의한 브랜드다.
단추 없이 벨트로 코트를 여미는 디자인의 타이로켄 코트는 군대뿐만 아니라 왕실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에드워드 7세는 트렌치코트를 가리키며 ‘버버리 코트를 가져오라’ 할 정도로
버버리는 브랜드 네임 밸류를 넘어서 트렌치 코트를 지칭하는 이름이 되었다.
한 에디터는 버버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과연 어떤 다른 옷을 여왕과 시드 비셔스가 함께 입을 수 있을까’.
펑크의 대명사였던 시드 비셔스와 여왕은 양극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버버리의 트렌치코트는 전부에게 어울릴 수 있는 유일한 옷이었다.
시대, 스타일, 성별에 얽매이지 않는 진정한 타임리스 아이템이다.
‘가을’하면 생각나는 영화 속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트렌치코트.
특유의 센티멘털과 멜랑꼴리한 감정으로 영화 속 주역으로 떠올랐다.
<애수>는 참호 속에서 태어난 트렌치코트의 원형을 잘 보여준다.
<카사블랑카> 속 험프리 보가트는 트렌치코트의 상징과도 같다.
질끈 동여 맨 트렌치코트, 중절모, 진한 담배연기 그리고 우수에 가득 찬 눈빛까지
전형적인 클래식 남성상을 보여줬다.
<한밤의 암살자>의 알랭 드롱은 강렬한 포스와 함께 고독한 킬러의 모습을 표현했다.
트렌치코트가 꼭 남성들의 전유물만은 아니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오드리햅번은 폭우 속에서 버버리의 레인코트를 입고 정열적인 키스신을 선보였고
<쉘부르의 우산>에서는 포니테일과 노란 우산 트렌치 코트의 삼박자를 이룬
까뜨린느 드뇌브의 프렌치 시크 룩은 아직까지 회자되는 스타일 중 하나가 되었다.
오직 트렌치코트로 금자탑을 쌓은 버버리였지만, 변화가 없던 그 명성은 구식의 일부로 점점 퇴색되었다.
브랜드의 이미지 구축을 위해 새 인물 기용이 시급했던 버버리는
마침 메이시와 삭스피브스 애비뉴의 CEO였던 유통업계의 여왕, 로즈마리 브라보를 만난다.
그녀는 버버리의 변화를 위해 포토그래퍼 마리오 테스티노와 톱모델
스텔라 테넌트, 케이트 모스, 보그 파리의 편집장 카린 로이펠트 등 당대 최고의 패션 피플들을 영입한다.
2001년에는 현재의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베일리를 파격적으로 기용해 영한 감성을 디자인하도록 했고
베일리는 케케묵은 트렌치코트의 획일화에 대항하듯 다양한 트렌치코트 변주를 선보였다.
특히 엠마 왓슨을 버버리의 새 얼굴로 발탁하며 굳히기 작전에 성공했다.
2006년 버버리의 새로운 수장이 된 안젤라 아렌츠는 애플의 기업정신을 본받아
디지털 혁신을 이끌었다.
패션브랜최초 3D 패션쇼를 시도해 실시간으로 캣워크를 감상하며 오더를 받아내는 등
패션계의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버버리의 시그너처 아이템 트렌치코트는 개버딘을 뛰어 넘어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이 접목되었다.
베이지 컬러를 베이식으로 컬러, 소재, 가공기법을 총 동원해 트렌치코트에 한계란 없음을 느끼게 했다.
과거 토마스 버버리가 일궈 낸 유산을 밑거름 삼아 점점 더 새로워지고 있다.
‘전진’이란 뜻의 prosum을 더한 버버리 프로섬으로 재탄생한 버버리에게 더 이상 퇴보란 없다.
오직 전진만 있을 뿐. 앞으로의 버버리의 미래는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