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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메깅스를 모함했나!

-서경대학교 무대의상연구소-

 

 

 

 

 

“올 것이 왔다!” “패션의 끝은 어디인가?” “과연 다음은 무엇?”

지구 종말이 도래한 듯 전 세계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오는 이유?

남자 들이 쫄쫄이 레깅스에 굵은 다리를 집어넣기 시작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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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대학교 무대의상연구소 - 보그

 

 

 세상에 빛과 어둠이 존재하듯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남성용 레깅스,

일명 메깅스(men과 leggings의 조합어)에 대한 관심과 호응은

‘강남스타일’ 못지않게 뜨겁기만 하다.

 

온,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전 세계 언론들이 앞다퉈 2013 남성복 트렌드의 최전방이 될 거라

점치고 있는 메깅스는 현재 뉴욕, 런던, 호주 멜버른에 상륙한 상태

(신종 바이러스처럼 가열찬 속도로 세력 확장 중).

 최근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메깅스라면 <개그 콘서트> ‘발레리노’에서

박성광과 정태호가 입던 눈꼴 사나운 타이츠,

노홍철의 괴상망측한 호피무늬 레깅스 정도가 전부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록스타 레니 크래비츠와 영화배우 러셀 브랜드에 10대 소녀들이

죽고 못사는 팝스타 저스틴 비버까지 알록달록한 메깅스를 입고 무대 위를 방방 뛰어다니니 

더 이상 단호히 고개를 저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뉴욕의 바니스와 노드스트롬에서도 인기 아이템이고, 런던의 셀프리지 백화점에서는

보이 런던의 메깅스가 입고되기 무섭게 빠져나가는 바람에

3~4차 재주문에 들어갈 정도라고 하니 누가 메깅스의 인기 돌풍을 부정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메거(메깅스를 입는 사람)’라고 칭하는 뉴요커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스키니 진보다 훨씬 편하고 따뜻하죠.” 그리고 음흉하게 덧붙인다.

 “멋진 내 다리를 사시사철 자랑할 수 있는 건 덤이고요!”

유행의 선두에 선 이들은 남보다 앞서간다는 것이 패션계 만고의 진리.

 메깅스 같은 원색적인 패션은 그저 유행이라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니다.

“몇 년 전부터 패션 스쿨 주변과 이스트 런던 지역에서

 메깅스 입은 젊은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그들도 파티에 갈 때 재미로 입는 정도죠.

 뉴욕의 일부 지역처럼 영국에서도 인기를 끌지는 의문이네요.

<텔레그라프> 온라인에서 독자 찬반투표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따뜻하고 꼭 맞아요. 안 될 거 뭐 있나요?’와 ‘그냥 안 돼요.

무조건, 절대!’의 현재 스코어는 21:79 정도),

영국에서도 아직 대다수가 메깅스에 적극적이지 않거든요.

심지어 사무실의 게이 동료들조차 거부 반응을 보일 정도니까요.”

 

런던 편집숍 LN-CC 마케팅팀 안영주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현지 소식을 전했다.

“물론 LN-CC에서도 유루(Uru)나 파세타즘(Facetasm), 언유즈드(Unused) 같은

일본 브랜드의 메깅스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입을 땐 반바지와 레이어링할 것을 권하죠.”

 런던 베이스의 젊은 사진가 이부경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옥스퍼드 스트리트에서 메깅스 입은 20대 초반 멋쟁이들을 본 적 있어요.

오버 사이즈 스웨터 아래 컬러풀한 프린트의 레깅스를 입고 닥터마틴을 신었더라고요.

꽤 스타일리시해 보이던걸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적나라한 레깅스를 입은 남자들은 부담스러워요.

유행이요? 글쎄, 아직까지 런던에선 메깅스보다 스키니 진이 편한 게 사실이죠.”

“사랑엔 국경이 없고 패션엔 성별이 없다지만 남녀 모두 최후의 보루로 남겨둬야 할 

패션아이템이 있다고 생각해요.

엄마와 누나가 깔깔이 입고 군대에서 뽀글이

(남자 친구에게 물어보거나 검색 엔진을 활용할 것)

먹던 이야기를 하며 껄껄대는 걸 본다고 상상해봐요!

레깅스 입은 남자를 보니 그와 비슷한 종류의 생경함이 파도처럼 밀려오는군요.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레깅스 입은 여자 싫어한다던데,

여자들에게 레깅스 입지 말라고 경고하기 위해서 살신성인하는 건가요?

 혹시 촌스럽게 메깅스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저뿐?”

넥타이 부대가 득시글거리는 보수적인 대기업과 급진적인 패션계를 두루 경험한

30대 초반 여성은 메깅스에 대한 질문에 터무니없다는 듯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상상만 해도 너무 ‘쎈’ 아이템! 남자 친구에게 권하고 싶지 않지만,

굳이 입겠다고 하면 메깅스에 잘 어울리는 반바지를 사줄 거예요.

새로 나온 나이키 루나포스 원처럼 큼지막한 운동화로

스포티하고 남성적인 면을 부각시킨다면 나쁘지 않을 듯해요.

난 랑방옴므 디자이너인 루카스 오센드리버 스타일을 좋아하니까,

정제된 모노톤 룩에 투박한 신발로 강한 남성성을 강조하는 거죠.

지방시 남성 컬렉션 보다 좀더 포멀한 느낌으로.”

오호! 플랫폼 플레이스 PR 매니저의 침착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흉물스럽게만 보였던 메깅스도

꽤 괜찮은 아이템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플랫폼 플레이스에서 메깅스를 판매한다면 예상되는 반응은?

“홍대점에서는 많이 팔릴 거예요. 펑키한 서브 컬처가 강한 지역이니까요.”

“홍대 쪽에서 반응이 좋은 편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아웃도어 룩에 프린트 메깅스를 각반처럼 매치하고

<보그> 편집부를 방문했던 노스페이스의 이동준 과장이

 메깅스 유행이 사실임을 확인시켜줬다.

“노스페이스에서 다양한 길이와 컬러감의 패션 메깅스를 선보인 건

지난 2011년 겨울 시즌부터입니다.

몇 년 전부터 아웃도어 룩이 크게 붐을 일으키면서 아웃도어 컬처 느낌이 강한

일본 노스페이스 제품이 우리나라에도 소개됐죠.”

직접 입어본 소감은? “사실 개인적으로 반바지를 좋아하지 않아 레이어링을 시도한 거였는데,

 막상 입어보니 꽤 괜찮더라고요.

여성용 레깅스나 타이츠처럼 딱 달라붙지도 않았죠.

요즘 남성복 패션에 재미있는 스타일링이 없어서

지루하던 차에 새롭게 시도해 볼 만한 패션이라는 점에서 저는 긍정적입니다.”

 갑작스런 메깅스 붐이 어느 날 하늘에서 툭 떨어진 패션 아이템 같아 당황스럽겠지만,

메깅스의 공식 런웨이 데뷔는 2007년 마르니와 캘빈클라인 남성복 컬렉션이다.

그리고 서울 착륙은 2009년 말 <전우치> 시사회.

당시 런웨이의 모델들이 입은 메깅스는 그야말로 발레리노의 타이츠와 다를 바 없었고,

<전우치> 시사회에서는 소위 ‘모델을 이긴다’는 옷발의 강동원이 입은 지방시였음에도

엄청난 논쟁과 비난의 후폭풍은 비껴갈 수 없었다.

 몇 년 전부터 멋쟁이 패션의 하나로 자리를 잡은 일본을 제외하고

웃음거리나 놀림감에 불과했던 메깅스는

2013년 어엿한 패션 아이템으로 인정받기 위해 길고도 어두운 세월을 겪어온 셈이다.

“모델처럼 호리호리한 몸매와 길게 뻗은 다리라면 멋질 거예요.

서울 패션위크 때 이광수가 메깅스에 스커트를 입고 왔는데 스타일리시해 보였어요.

요즘 젊은남자들은 몸매가 드러나게 입는 걸 좋아하니 곧 유행할 거 같은데요? 전 좋아요!”

 <보그> 패션팀 어시스턴트인 20대 초반 여대생의 답변은 해맑고 긍정적(!)이고도 명쾌했다.

 난 어느새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인 30대가 돼버린 걸까?

“아, 그런데 남자 친구는 괜찮지만 남편이 입는다면 뜯어 말리겠어요.”

나 역시 남자 친구의 패션을 향한 모험심은 참아줄 수 있다.

새로운 패션은 언제나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단, 그의 신체 조건이 강동원 수준이라는 전제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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