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혁명을 이끈 단추와 지퍼
-서경대학교 무대의상연구소-
옷이 그저 옷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패션'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아주 기본중의 기본인
단추와 지퍼가 발명되었기 때문이다.
옷을 더욱 편안하고 몸에 잘 맞도록 도와주는 멋진 조력자,
단추와 지퍼의 탄생 스토리를 들어보자.
<History of Button>
프랑스어의 고어인 '부똥'에서 유래된 단추는
장식적이면서 동시에 실용적인 잠금장치였다.
로마시대에 이르기까지 단추는 장식적인 요소로 사용된 경우가 많은데,
의복을 고정시키기 보다는 옷 위에 달린 장식품으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했던 것.
이러한 단추에 단추구멍과 짝을 이루어 옷을 고정시키도록 하는 역할을
부여했던 것은 터키와 몽골인들이었다.
그리고 단추의 새로운 기능을 서방세계에 전한
사람들이 터키와 몽골에서 귀향한 십자군 원정대였다.
일찌감치 의복 문화가 발달한 프랑스에서는
1250년 최초의 단추 생산자 조합이 조직되었다.
이 조합원들은 매우 정교한 단추를 만들어냈는데,
당시에는 보석을 단추로 만들어 사용하는 경향이 뚜렷했기 때문에
단추는 농민이나 평민 계급은 가질 수 없는 호사스러운 것으로 여겨졌다.
때문에 평범한 천이나 실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단추를 제외하면
그 어떤 단추도 소유하거나 사용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시간이 흘러 단추는 인문주의를 강조했던
르네상스 시대에 접어들면서 그야말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모든 분야의 직업이 고도로 전문화된 시기였던 르네상스 시대에
몸에 꼭 맞는 옷을 만들기 위한 재단사라는 직업이
처음 생겨났고 이와 함께 단추도 의복사에 있어 중요한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후 단추를 비롯한 지퍼, 핀, 벨크로 등의 발명으로
독보적인 자리에 내어주게 되었지만
아직까지 패션에 있어 단추는 최고의 조력자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History of Zipper>
급하게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서야 하는데
하필 수십개의 단추가 촘촘히 달린 신발을 집어 들었다면?
이런 상황은 다름 아닌 지퍼를 발명한 윗컴 저드슨의 친한 친구가 겪고 있던 딜레마였다.
그 모습을 지켜본 저드슨은 단추보다 채우기 쉬운
잠금 장치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처음 만든 지퍼는 열쇠 후크식 지퍼인 '클래스프 로커'였는데
나름 훌륭한 발명품이었지만 실용화되지는 못했다.
이를 대중적으로 실용화시킨 사람은 미국에서 일하던
스웨덴 기술자인 기데온 선드백이었다.
그는 클래스프 로커에서 사용한 후크 대신 용수철 클립을 이용하여
개량에 성공했는데 기존의 걸쇠와 고리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똑같이 생긴 잠금 쇠의 이가 맞물려 닫히도록 고안한 것이 특징적이었다.
이후 선드백은 1913년에는 걸이가 없는 잠금장치를,
1917년에는 분리식 잠금장치 2번을 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오늘날 통용되는 지퍼의 종류는 아니었다.
지퍼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기계를 완전히 새롭게 제작해야 했기 때문에
엄청난 자금이 필요했는데 이때 지퍼에 대해 주목한 업체가
B.F. 굿 리치 컴퍼니 였다.
굿 리치 컴퍼니는 갤리쉬라고 긴 고무덧신에 선드백의 잠금장치를
부착하여 시판했는데, 순식간에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새롭게 고안된 갤러쉬는 한 손으로 지퍼를 채워서 신고 벗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굿 리치 컴퍼니의 고위 간부가 부르에 달린 지퍼를 올리고 내리면서
이 스마트한 장치에서 나는 조리를 '지~퍼 업!' 이라고 흉내냈는데,
이를 계기로 그 잠금장치를 가리켜 지퍼라고 불리게 되었다.
지퍼는 1925년 상표 등록이 되었는데 원래는 잠금장치가 달린 갤러쉬에 대한 굿 리치의 상표를 지칭한 것이었따. 하지만 이 신발에 달린 잠금장치가 다른 품목들에도 널리 활용되면서 지퍼라는 이름으로 통칭되기 시작했다. 이에 굿 리치 컴퍼니는 자사의 상표를 보호할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오직 지퍼 부츠에 대한 소유권만 인정받을 수 없었고 이 판결로 '지퍼'라는 말은 고유명사가 아닌 보통명사로 자리 잡게 되었다.